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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소소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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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해질녘, 갈대... 집으로 돌아가는 길. 창문을 열어놓고 운전을 하다가, 늘 가는 길 말고 다른 길로 들어섰다. 늦오후의 바람이 너무 좋아서, 서둘러 도착하고 싶지 않아서. 생소한 길을 가다 보니 마을의 끝에서 좁은 농로길로 들어섰다. 그러자 사방에 보이는 풍경에... "아, 내가 시골로 이사왔지." 하는 생각이 새삼스럽게도 떠오른다. 그리고 그 좁다란 길은 나를 하천으로 데려다 놓는다. 인적도 없이 한적한 천변에 차를 세운다. 물이 흐르고, 갈대가 있고, 해가 진다. 날이 저물고, 가을이 저문다. 가을 바람에 한껏 기분 좋았다가, 마음 한 구석이 살짝 서글퍼진다. 저문다.
먹기 싫은 샐러리도 이것만 있으면 맛있게! 중학생 무렵이었다.어느 날 학교를 다녀 오니 식탁 위에 만두가 가득 놓여 있었다.엄마 친구분이 직접 만들어서 가져다 준 만두라고 했다. 원래 만두를 좋아하던 터라, 신이나서 한입 가득 베어물었는데.. 입 안에 뭐라 표현 못할 향이 가득 퍼졌다. 뭔가 화장품 향 같기도 한 강렬한 냄새가 입 안을 가득 채웠고, 만두의 맛은 그 향에 가려졌다.나는 만두 한 개를 채 먹지도 못하고 그 만두를 거부했다. 그리고 양이 많았던 그 만두는 모두 냉동실로 들어갔는데, 나는 냉동실 속 만두가 다 없어지도록 손도, 입도 대지 않았다. 그 만두는 억지로 엄마 아빠의 차지가 되었다. 그리고 그 강렬한 향의 재료를 엄마가 슬쩍 친구에게 물어보았더니, '샐러리'라고 했단다. 나는 그렇게 샐러리를 처음 접했다. 십여년 전만 해도 샐..
한여름의 방울 토마토 시골이라고 부를만한 곳에 산지 2년쯤 되어간다. 농촌 마을의 단독주택에 살게 되면서, 자연히 텃밭이 따라왔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나는 참 농사에 무식했다. 화분하나 기르는 것도 몸에 익지 않은 내가, 무언갈 길러낸다는 건 참 무모한 일처럼 보였다. 특히, 농약을 뿌리지 않고는 도저히 벌레를 이겨낼 수 없다는 깨달음이 제일 컸다. 상추, 쑥갓, 키우기 쉽다는 잎채소들은 순식간에 벌레의 습격을 받곤 했다. 주변 농가를 보면 몇 번이고 농약을 뿌리지만, 그렇게 농약을 뿌리다가는 내가 죽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 주제에, 아직까지 벌레만 보면 안절부절이 되고 마는 나는, 그럴 때마다 그냥 몽땅 뽑아버리고 마는 선택을 했다. 속이 쓰리지만, 벌레와 함께 살 만한 내공이 아직 내게는 없으므로. 그럼에도 ..
뎀데미가 중요하다굽쇼? 언젠가부터 종이신문 대신, 주로 인터넷 신문을 읽게 된다. 책은 책장 한장한장 넘겨가며 읽어야 왠지 책 읽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e북 보다는 종이책을 아직까지 훨씬 더 좋아한다. 그런데 신문 기사를 읽는 건 인터넷이 훨씬 재미지다.인터넷 신문을 재미있게 만드는 요소 중의 하나는, 바로 댓글이다. 기사를 읽고, 그 기사를 읽은 다른 이들의 반응을 바로 볼 수 있다는 것. 물론 그 댓글의 부작용도 많고 많지만,즉각적으로 타인의 반응과 의견을 살펴볼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임에 틀림없다. 엊그제 읽은 신문 기사 중 하나는 가족 호칭에 관련된 기사였다. 기사를 읽고, 다른 사람의 의견은 어떤지 댓글창으로 페이지를 내렸는데... 뎀데미라... 굽쇼? 요즘 신조어인 댕댕미도 아니고, 그렇다고 조금 옛스러운 단어..
유채꽃? 아니에요! 노오란 배추꽃! 배추하면 늘 떠오르는 것은 마트에서 파는 배추 한 포기. 혹은 접시에 올려진 배추김치. 배추도 식물인 터라 씨라든지, 꽃이 피는것이 당연한 이치이건만, 식물에 무지한 나는 여태껏 마트에서 보는 배추라는 몸통 이외의 것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러다가 시골로 이사를 와서, 나름 텃밭을 가진 집에 살게 되면서, 배추라는 것이 밭에 심어진 광경을 처음 보게 되었다. 작년 늦여름 즈음 작은 배추 모종을 얻어와 밭에 심고, 그 작은 배추가 자랐다. 시장에서, 마트에서 보는 딱 그 포기배추의 모습으로 밭에서 늠름하게도 서 있었다. 그런데 김장을 할머니 댁에서 해 오는 지라, 우리 집 배추는 미처 식탁에 오르지 못하고 밭에서 겨울을 났다. 그리고 그 추운 겨울을 견뎌내고 살더니, 봄을 맞아 꽃을 피웠다.노랗고도 예..
내소사 벚꽃 - 달큰한 봄날 : 부안 내소사 벚꽃길 부안 내소사 벚꽃길 올 봄, 이런저런 일들에 치여 제대로 된 꽃나들이를 못 갔다. 그러던 중, 비가 오락가락하는 흐린 날에 시간이 났다. 그래서 상쾌한 바람이나 쐬고 오자, 하며 길을 나서기로 했다. 오늘의 목적지는 내소사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부안 내소사. 내소사, 내소사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지만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미리 정보를 얻고자 내소사를 검색하니 내소사 벚꽃길이 함께 뜬다. 내소사 벚꽃길이 아주 유명한 벚꽃 명소인가보다. 그러나 비도 내리고, 벚꽃 구경하기에는 다소 늦은 시기가 아닐까 하여 기대 없이 나섰다. 그런데 이게 웬걸, 내소사에 들어섰더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고개를 돌릴 때마다 한 눈에 가득 들어차는 건 벚꽃, 사방이 흐드러진 꽃잎이다. 올해 기온이 평년보다 낮았는지..
양양(속초) 물치해변 - 깨끗한 겨울바다! 나홀로! 겨울바다 좋아하세요?저는 여름 바다도 물론 좋아하지만, 겨울바다도 무척 좋아해요. 차가운 바람이 오히려 청량하게 느껴지는 기분져서, 답답한 마음이 시원해지는 기분도 들고..무엇보다 사람이 없는 그 한적한 풍경을 오롯이 누려볼 수 있는 게 좋아요.다른 소음 없이 바람와 파도 소리만 들을 수 있어요. 사진은 양양에 있는 물치해변이에요.물치항 옆에 있는, 멋진 백사장, 모래 해변이에요. 물치해변은 양양에 위치해 있지만, 속초 거의 경계 부분이에요.그래서 대중교통을 이용하신다면 속초에서 버스 타고 가는 게 더 좋아요. (물치항은 속초에서 9번, 9-1번 버스 타면 갈 수 있어요. 물치항에서 내리면 되고, 물치항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속초 해맞이 공원에도 갈 수 있어요.) 아무리 겨울이어도 속초 해변에는 사람들..
지나치게 참신한, 맞춤법 파괴자들. 인터넷에서 글을 보다 보면, 온갖 맞춤법 파괴자들을 만나게 되는데, 걔 중에는 너무 지나치게 참신해서 지적도 못할 정도인 것도 많네요.도무지 웃어야 될지 울어야 될지 모르겠는, 그런 신기한 맞춤법 파괴자의 글들을 모아 보았어요. 엿줄게 있어 메일 드립니다.왜승모랑 같이 가. 나는 니가 나의 발여자라고 생각했는대. 완전 어의없네. 나보고 일해라 절해라 하지마. 갈수록 일치얼짱하는구나. 나도 더 이상은 한개야. 그건 회계모니 싸움이야. 우리 덮집회의하자. 오늘 곱셈추위래. 멘토로 삶기 좋은 인물은? 그 남자는 나물할때가 없는 사람이야. 에어콘시래기가 고장났어. 어려서부터 쇠뇌교육을 받았나보지. 수박겁탈기 하지 마. 삶과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힘들면 시험시험해.장례희망이 뭐야?약속 꼭 지킨다니까. 마마잃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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