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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소소한 이야기

먹기 싫은 샐러리도 이것만 있으면 맛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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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무렵이었다.어느 날 학교를 다녀 오니 식탁 위에 만두가 가득 놓여 있었다.엄마 친구분이 직접 만들어서 가져다 준 만두라고 했다.
원래 만두를 좋아하던 터라, 신이나서 한입 가득 베어물었는데.. 입 안에 뭐라 표현 못할 향이 가득 퍼졌다. 
뭔가 화장품 향 같기도 한 강렬한 냄새가 입 안을 가득 채웠고, 만두의 맛은 그 향에 가려졌다.나는 만두 한 개를 채 먹지도 못하고 그 만두를 거부했다.
그리고 양이 많았던 그 만두는 모두 냉동실로 들어갔는데, 나는 냉동실 속 만두가 다 없어지도록 손도, 입도 대지 않았다. 그 만두는 억지로 엄마 아빠의 차지가 되었다.
그리고 그 강렬한 향의 재료를 엄마가 슬쩍 친구에게 물어보았더니, '샐러리'라고 했단다.

나는 그렇게 샐러리를 처음 접했다. 십여년 전만 해도 샐러리는 우리나라에서 흔한 식재료는 아니었기에, 가끔 외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마요네즈 쭉 짜서 씹어먹는 장면으로만 보아오던 채소였다. 
하지만 나와 샐러리의 첫만남은 그렇게 썩 좋지 못했고, 나는 '샐러리'를 먹어볼 생각도, 사 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덧 나이가 먹고, 건강이 하나씩 삐걱거릴 무렵, 나는 텃밭이란 걸 가지게 되었다.그러자 문득 '샐러리'를 심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특별한 이유랄 건 없이, 그저 건강에 좋다니까. 여기저기 다 좋은 채소라는데, 한번 먹어볼까 싶었다.
어렸을 때 싫어했던 파, 마늘, 양파도 잘 먹는 '어른'이 되었으니, '샐러리'도 잘 먹을 수 있게 되었을지도.... 하는 마음에.

그렇게 나의 텃밭에는 샐러리가 심어졌고, 샐러리는 아주 파릇파릇, 무럭무럭 자랐다.
그런데 오랜만에 다시 만난 샐러리는, 여전히 참 가까이 하기 어려운 당신이었다. 어렸을 때마냥 맛없다고 뱉어낼 정도까지는 아니고, 어른이니 꾸역꾸역 삼키기는 하는데, 영 향이 별로다.자주 먹으면 적응 되겠지.. 하는 마음에 꾸준히 먹어 보기로 하는데, 참 적응 안 된다. 
그렇게 이 요리, 저 요리에 넣어 먹어보았는데, 마치 고수처럼 샐러리 향기가 모든 요리를 지배해 버린 느낌이었다.그래서 요리에 넣는 것은 포기.외국사람들처럼 마요네즈에 먹는 건, 내가 마요네즈를 마음껏 먹으면 안될 이유가 있기 때문에 포기. 

 

그러다 내가 찾은,샐러리를 가장 수월하게 제법 맛있게 먹는 방법은 이것이다. 
바로 '초고추장'
예전에 인터넷에서 본 우스개 글 중에 이런 것이 있었다.외국 사람들이 브로콜리를 싫어하는 이유 : 초고추장이 없기 때문에.
외국에서 브로콜리 하면 싫어하는 채소로 자주 꼽히는데, 그에 반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초고추장과 먹어 그 브로콜리도 곧잘 먹는다는 이야기 되시겠다.그 마성의 초고추장은 샐러리에도 힘을 발휘했다. 

샐러리를 밭에서 몇 잎 딴다. 그리고는 향이 강하고 독한 잎부분은 과감히 제거하고, 줄기만 남긴다.샐러리 잎은 페스토나 요리에 사용한다는데, 나는 샐러리 밭 있는 사람이니 호기롭게 잎은 버려버린다! ㅎㅎㅎ

그리고 깨끗이 씻은 샐러리 줄기를, 똑똑 끊으면서 샐러리 겉의 질긴 섬유질을 제거해준다. 그럼 집어먹기 적당한 길이의 샐러리 스틱이 된다. 좀 번거로워도 이 과정을 꼭 거쳐 주는데, 그럼 질긴 맛은 사라지고, 샐러리 특유의 아삭아삭한 식감과 싱그러운 느낌이 살아난다.

그리고는 이 샐러리를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밥 먹으며 하나씩 곁들여 먹어도 좋고, 나는 그냥 샐러리만 한 접시 먹기도 한다.TV보면서 심심풀이로 샐러리 스틱을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샐러리 한 접시 금방 비운다.  
역시 초고추장은 최강의 소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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