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이라고 부를만한 곳에 산지 2년쯤 되어간다.
농촌 마을의 단독주택에 살게 되면서, 자연히 텃밭이 따라왔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나는 참 농사에 무식했다.
화분하나 기르는 것도 몸에 익지 않은 내가, 무언갈 길러낸다는 건 참 무모한 일처럼 보였다.
특히, 농약을 뿌리지 않고는 도저히 벌레를 이겨낼 수 없다는 깨달음이 제일 컸다.
상추, 쑥갓, 키우기 쉽다는 잎채소들은 순식간에 벌레의 습격을 받곤 했다.
주변 농가를 보면 몇 번이고 농약을 뿌리지만,
그렇게 농약을 뿌리다가는 내가 죽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 주제에, 아직까지 벌레만 보면 안절부절이 되고 마는 나는, 그럴 때마다 그냥 몽땅 뽑아버리고 마는 선택을 했다.
속이 쓰리지만, 벌레와 함께 살 만한 내공이 아직 내게는 없으므로.
그럼에도 텃밭은 참 여러 가지 선물을 주었다.
아이러니한 건, 공들여 기른 건 잘 안 자라고,
굳이 키우려 하지 않은 것들이 씨를 뿌리고, 무럭무럭 자란다는 것.
하지만 그런 초보 텃밭 농사꾼에게도 기르는 것의 보람을 알차게 느끼게 해 주는 작물이 있다.
그건 바로 토마토.
굳이 농약을 치지 않아도 벌레의 습격을 잘 받지 않고,
열매가 빨갛게 익어도 새들의 습격도 적은 편이다.
그래서 올해 초보농사꾼의 텃밭에는 큰 토마토, 방울토마토가 가득 심어졌다.
물론 곁가지를 따 주고, 토마토 가지를 묶어주고 하는 건 번거롭지만,
프로 농사꾼들의 노고에 비하면 거의 소꿉장난 수준이다.
그리고 여름이 오자 토마토는 빨갛게 익어 날마다의 양식이 되고 있다.
매일 빨갛게 익은 토마토를 먹을 만큼씩 따다 먹었다.
다음날이면 또 다른 것들이 익으니 매일 매일 따다 먹는다.
마트의 토마토에 비교해서 눈 튀어나오게 맛있는 건 아니지만,
갓딴 토마토의 풍미는 더 깊고, 더 신선하다.
그런데 날이 뜨거워지면서 다랑다랑 열린 방울토마토들이 빠르게 익기 시작했다.
다 먹기는 좀 많고, 익은 채로 놔두면 농익어 버리게 될 것만 같아 일단 다 따왔다.
그리고 찬물에 씻어, 반씩 뚝뚝 잘랐다.
자른 토마토는 채반에 얹고, 위에는 날벌레들의 습격을 막기 위해 또 하나의 채반을 덮었다.
그리고는 마당에 해 잘 드는 곳에 내다 놓았다.
여름의 뜨거운 태양이 토마토를 잘 말려주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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