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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한 정보 이야기

독학으로 운전면허 따기! 가능할까? 2종 보통 기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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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운전면허를 독학으로 따려던 것은 아니었어요.

제가 작년에 급작스럽게 시골로 이사를 오게 되었는데, 이사오기 이틀 전 서울에서 필기시험만 봐가지고 왔거든요. (필기는 운전면허 필기시험 어플로 3시간쯤 공부했어요.)

 

그런데 시골로 이사오고 나서 운전면허를 따려 하니, 운전학원까지 가는 게 일단 문제더라고요.

하루에 10번도 오지않는 버스를 시간맞춰 타고 나가, 다시 학원버스를 타고 학원으로 가야 했어요.

그리고 같은 방법으로 돌아오고 하면, 정말 하루가 다 지나가겠더라구요.

 

그래서 면허 따기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러다 필기시험 합격한 유효기간 1년이 지나버릴까 싶더라고요.

 

그래서, 차라리 돈도 아낄 겸, 독학으로 운전면허를 따보자 했어요. (2종 보통)

다행히 아버지께서 도와주시겠다고 해서 가능했지요.

참고로, 저는 그 전까지는 브레이크와 액셀레이터도 모르는 사람이었네요. 운전무식자.

 

 

그런데 독학으로 연습해서 면허를 따자니, 한 가지 문제가 있어요.

2종 보통(자동) 면허를 따려는데, 연습할 수 있는 아버지의 차는 SUV거든요.

면허시험장의 2종보통은 대부분 엑센트 차량으로 시험을 보더라고요. (제가 시험 본 전북면허시험장도 엑센트 차량이었어요.)

 

그런데 SUV는 차체의 크기가 시험을 보는 차량과 다르다보니, 학원처럼 간단하게 요령만 배워서 되는 게 아니라, 정말 운전의 기초부터 배워야 되겠더라고요.

특히 마의 T코스(직각주차)는 정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어요.

그래서 오히려 배우는 시간만 따지면 학원에서 가르쳐주는 기능 연습 4시간보다 훨씬 더 배웠어요.

 

집에서 좀 떨어진 곳에 차가 하나도 없는 외진 주차장이 있어서, 아버지와 함께 그곳에서 T자 코스 표시해놓고 연습했어요.

 

혹시 독학으로 따실 분들 참고하시라고 T자코스 (직각주차코스) 규격 올려요.

(혼자 연습하려면 이 길이, 너비도 알아야 정확히 연습할 수 있잖아요~ 저도 이 크기대로 그려놓고 연습했어요.

그런데 실제 시험의 직각주차 코스는 이 그림과 좌우가 반대니, 꼭 참고하세요~)

 

[1, 2종 보통 기능시험 직각주차 코스 규격]

 

아버지께서 제가 기죽을까봐 그러셨는지, 그 정도면 초보치고 잘하는 거라고 다독여 가며, 잘 가르쳐 주셨어요. 

그렇게 대략 4일 정도 연습하고 나서, 전주에 있는 전북운전면허시험장으로 기능시험을 보러 갔습니다!

(전라북도는 오로지, 이곳에서만 시험을 볼 수 있답니다. ㅜㅠ)

 

(네이버지도의 전북면허시험장 기능 코스 모습. 실제 코스는 이와 살짝 달라요.)

 

 

첫 번째 기능시험

 

무지 떨리더라고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SUV가 아닌 승용차에 처음 앉아보는 거다 보니 더 긴장됐어요.

 

출발 전 차량 조작 테스트를 무사히 마치고, 드디어 출발하는데,

아, 출발하면서 좌측 깜빡이를 안켰네요. 5점 감점입니다!

 

그때부터 한껏 긴장된 마음이 더 요동을 쳐서, 급출발과 급정지를 번갈아 하며 가기 시작합니다.

놀이공원의 놀이기구라도 탄듯, 정신이 하나도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어요.

 

그래도 경사로교차로 어찌어찌 통과해 가서, 드디어 T코스에 진입했어요.

 

차가 달라서그런지, 회전 반경이 달라서 후진으로 차고에 진입하면서 좌측 뒷바퀴가 모서리에 달랑말랑 하더라고요. 수정해야할까 조금 고민하다가, 그냥 들어가 봤더니 간발의 차로 검지선 밟지 않고 들어갔어요. 

 

후진으로 들어가면서, 차를 좌측 선 가까이 쫙 붙였지요. 예상보다 왼쪽으로 아주 잘 붙여서, 이제 그냥 한방에 빠져 나가기만 하면 되게 되었어요! 아싸!

(저는 유튜브에서 유명한 운전 강사님들의 동영상에서 가르쳐주는 방법과 달리, 들어갈 때 한번 수정해서 좌측으로 차를 붙여서 들어가고, 나올 때는 수정 없이 한방에 그냥 나오는 방식으로 연습했어요. 저는 연습한 차도 다르고 차체감도 없는 터라, 차라리 들어갈 때 살짝 한번 수정해서, 후진하면서 사이드미러 보고 왼쪽으로 쫙 붙여서 들어가는게 오히려 좀 더 명확하고 쉽더라고요.)

 

확인선까지 넣어서 삑 소리가 난 후에, 다 됐다고 생각하고 빨리 빠져나오려고 기어 바꾸고 앞으로 나오는데, 다시 감점을 알려주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런! 차고지에서 확인되었다는 소리가 나오면 사이드 브레이크를 한번 올렸다 내려야 하는데, 정신없이 좋다고 그냥 나온 거지요.

10점 감점입니다.

 

아, 아, 당황해서 잠시 머뭇대고 있다가 다시 차를 앞으로 빼는 순간, 또 목소리가 나옵니다!!

 

시간초과 감점입니다!

점수 미달 불합격입니다!!!

 

아, 냉정한 목소리의 여인네 같으니.

그렇게 저는 첫 번째 기능시험에서 떨어졌습니다.

 

[1, 2종 보통면허 기능시험 채점기준]

 

 

두 번째 기능시험

 

기본 조작 마치고, 차가 출발합니다.

저번에 켜지 않았던 좌측 방향지시등을 켜고 잘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어어, 왜 기계에서 냉정한 목소리가 또 나옵니까?

아... 켠 방향지시등을 끄지 않았습니다!!!!

 

유튜브 동영상 볼 때는, 경사로 가기 전까지만 끄면 된다고 나왔는데, 아니에요.

출발선 통과하고 바로 기계에서 '삐' 소리 나면 즉시 꺼주어야 합니다.

경사로 한참 남았었는데, 깜빡이 끄지 않았다고 5점이 감점되었습니다.

 

벌써 5점 감점. 하지만 다른 곳에서 실수하지 않으면 괜찮다고 스스로 다독이며 갑니다.

그래도 두 번째 앉아보는 차라고, 처음처럼 급출발, 급정지는 하지 않네요.

 

T코스에 들어갑니다.

달라진 차에 아직 적응을 못 했는지 평소보다 한 번을 더 수정해서 들어갔어요.

이러다가 다시 시간초과가 될 것 같네요.

 

그래도 지나번 바보같이 실수했던 사이드브레이크 잘 채웠다 풀어주고, 이제 어서 나가야지요.

그렇게 서둘러서 빠져 나가다가, 우측 뒷바퀴가 밟고 10점 감점, 그 후에 바로 시간초과10점 감점 됩니다.

 

점수 미달 불합격입니다!!!

 

 

정말 스스로를 황당하게 여기며, 내가 바보인가 하면서... 우울하게 시험장을 빠져 나왔어요. ㅜㅠ

정말 깜빡이만 잘 껐어도 T코스는 나와보고 떨어졌을텐데, 방향지시등 켰으면 끄기도 해야지... 혼자 나한테 중얼중얼 하면서요.

 

 

그 다음, 하루 더 아버지와 함께 T코스를 맹렬히 연습하며, 내가 원하는 모양으로 되지 않았을 경우를 가정해보고, 수정하는 여러 방법을 배웠어요.

 

[전국 운전면허 시험장]

 

두 번째 시험으로부터 3일후,

세 번째 기능시험

 

시험 보기 전까지 망할 깜빡이, 사이드브레이크, 깜빡이 깜빡이... 하고 계속 중얼거렸어요.

 

드디어 출발, 방향지시등 잘 켜고, 잘 끄고...

그후 경사로도 무사 통과.

교차로에서 좌회전방향지시등 잊지 않고 잘 하고. (제가 본 전북면허시험장은 직선교차로 없이 2회 모두 교차로에서 좌회전했어요.)

 

T코스(직각주차) 진입.

이전의 그 바보같은 실수들을 반복하지 않도록, 신중하면서도 속도감 있게 진행했어요.

오, 차고에서 차도 왼쪽으로 잘 붙여서, 확인선까지 들어간 후 사이드브레이크.

그후 한방에 빠져 나오면서도 선 밟지 않고 잘 나왔습니다!

 

이제 다시 교차로에서 좌회전.

그리고 그날 처음 가 보는 가속구간도 무사 통과.

종료 지점 전에 우측 방향지시등까지 잘 켜고 들어와!!

 

100점입니다. 드디어 합격이네요~~ 덩실덩실~~~

 

 

아, 드디어! 이렇게, 3번만에 2종보통 기능시험을 합격했습니다.

 

운전면허 독학, 만만치 않았습니다.

저는 SUV로 연습한 터라 시험장에서 더 당황스러웠어요.

정말이지.. 난 바보인가 하고, 자괴감 가득하던 운전면허기능시험이었어요.

 

그래도 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길, 그 덕에 운전을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웠으니 오히려 도로주행은 더 쉬울거라고 하시네요.

 

연습면허 유효기간은 1년이니, 도로주행은 느긋하게 시간 갖고 연습해서 시험 보려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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